업무사례
진술 하나로 갈린 특수강간 재판, 무죄로 끝내다
물적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만 존재하던 합동 강간 사건에서, 수사기록 검토부터 증인신문까지 단계마다 대응하여 피고인 전원 무죄를 이끌어낸 사례입니다.
Ⅰ. 사건의 개요
피해자는 의뢰인 두 사람이 합동하여 자신을 강간하였다고 주장하였고, 검사는 그 주장에 따라 특수강간으로 기소하였습니다.
한 객실에서 세 사람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던 사실 자체는 양측 모두 인정하였습니다. 남은 문제는 그것이 합의에 의한 것이었는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판단에 쓸 수 있는 객관적 자료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영상도, 상처도, 훼손된 옷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사람의 말 한 편만으로 유무죄가 정해지는 구조였습니다.
Ⅱ. 사건 쟁점
이런 사건에서 변호인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입니다. 반박할 물증이 없으니, 상대의 진술 자체를 절차의 각 단계에서 검증하여 그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수사기록에서 모순을 찾아내고, 서면으로 정리하여 재판부에 제시하고, 법정에서 직접 확인하는 세 단계가 모두 맞물려야 결과가 나옵니다.
그 작업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이유는 형량에 있었습니다. 특수강간죄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한 경우 등에 성립하며 법정형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감경을 거쳐도 하한이 3년 6월이고 3년을 넘는 형에는 집행유예를 붙일 수 없으므로, 유죄가 되면 그대로 실형입니다.
더구나 의뢰인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었으므로 합의나 반성 같은 양형 자료를 준비할 수 없었습니다. 형을 줄여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고, 무죄 외에 물러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변호인은 절차의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나누어 수행하였습니다. 아래는 수사기록 검토에서 최종 변론에 이르기까지의 경과입니다.
1) 수사기록 검토 — 다섯 개의 진술을 나란히 놓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피해자의 진술이 담긴 모든 문서를 시기 순으로 배열하는 것이었습니다. 임의동행보고서, 자필 진술서, 제1회 경찰 조사, 제2회 경찰 조사, 그리고 법정 증언까지 다섯 개였습니다.
나란히 놓고 보니 두 피고인 중 누가 먼저였는지에 관한 진술이 다섯 번 모두 달랐습니다. 공소사실 입증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 매번 바뀐 것입니다. 또한 제1회 경찰 조사까지는 자료 없이 진술하던 피해자가 제2회 조사부터는 미리 작성해 온 메모를 읽으며 답변한 사실도 기록에서 드러났습니다.
2) 변론요지서 — 진술 내용의 모순을 정리하다
변호인은 확인된 사정을 수십 쪽 분량의 변론요지서로 정리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첫째, 피해자가 진술한 유형력은 팔이나 다리를 잡거나 눌렀다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합니다. 피해자 본인도 맞은 사실이 없고 상처도 없다고 하였으며, 옷이 찢기거나 단추가 뜯긴 흔적도 없었습니다.
둘째, 피해자가 직접 쓴 진술서에는 옷이 벗겨진 상황이 ‘자연스럽게’라고 적혀 있었고, 피고인들이 어떤 힘을 행사하였는지는 기재조차 없었습니다.
셋째, 객실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는 진술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그곳에 설치된 것은 암막커튼이 아니라 빛이 드는 반투명 블라인드였고, 시각은 오전 10시경이었습니다. 이 점을 지적하자 피해자는 어두운 커튼이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하였다가 창문을 가린다는 뜻이었다며 말을 바꾸었습니다.
넷째, 성관계 직후 피해자는 피고인 중 한 사람에게 차에 둔 코트를 가져다 달라고 하였고, 그가 코트를 들고 올라와 대화를 청하자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다음 날 통화에서도 강제나 폭행에 관한 말은 나오지 않았고, 상대의 모욕적인 발언 때문에 기분이 상하였다는 취지의 이야기만 있었습니다.
3) 증인신문 — 메모를 치우게 하다
피해자는 법정 증인석에도 그 메모를 들고 올라왔습니다. 검사의 주신문에서는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주로 나와 진술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시작되자 곧바로 일관성이 무너졌고, 단순한 질문에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는 답이 반복되었습니다.
변호인은 재판장에게 증인이 지참한 서류를 증인석에서 배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자료를 정리해 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자료를 볼 때와 보지 않을 때의 진술 품질이 극단적으로 달랐다는 점이었고, 이는 법정에서 그대로 확인되었습니다.
4) 최종 변론 — 고소에 이른 경위를 밝히다
마지막으로 변호인은 고소의 배경을 짚었습니다. 피해자의 지인은 사건 직후 피고인들에게 합의 의사를 여러 차례 물었고, 피고인들의 지인을 통해 그들의 재산 규모까지 알아보았습니다. 그 지인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피해자 측은 자산 규모를 확인한 뒤 합의가 어렵겠다는 취지로 반응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 측이 합의에 의한 관계였는데 무엇을 합의하느냐고 되묻자 피해자 측은 대화를 끝냈습니다.
Ⅳ. 결과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합동하여 폭행·협박으로 피해자를 강간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 중 일부가 공소사실과 오히려 상반되고 피고인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 주요 상황에 관하여는 진술이 구체화되고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면서도 정작 핵심적인 행동은 기억하지 못하거나 일관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하였습니다.
이 결과는 어느 한 단계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수사기록에서 모순을 찾아내지 못하였다면 서면에 담을 것이 없었고, 서면으로 미리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법정에서 메모를 치우게 할 근거도 없었습니다. 진술만으로 다투는 사건일수록 절차의 각 단계가 이어져야 하므로, 수사 초기부터 같은 유형의 사건을 다루어 본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