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사례
법정구속에서 항소심 선고까지의 9개월, 징역 6년이 3년으로
8개 죄명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사건에서, 항소심이 진행된 9개월 동안 양형 자료를 축적하여 원심을 파기시킨 사례입니다.
Ⅰ.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 16세인 피해자를 알게 되었고, 서울 구경을 시켜 주겠다며 지방에 살던 피해자를 서울로 오게 하였습니다. 이후 성착취물 제작에 해당하는 행위와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가 문제되었고, 여기에 다른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가 더해졌습니다.
적용된 죄명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간음), 유사성행위, 성착취물제작·배포등을 비롯하여 모두 8개였습니다.
1심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어 징역 6년이 선고되었고, 의뢰인은 그 자리에서 법정구속되었습니다. 변호인이 사건을 맡은 것은 선고 직후 가족이 찾아오면서였습니다.
Ⅱ. 사건 쟁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범죄에 높은 법정형을 두고 있습니다. 주된 혐의인 위계등간음과 성착취물 제작은 각각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유사성행위는 5년 이상, 미성년자의제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성착취물 소지와 아동복지법상 성적 학대, 성착취목적 대화, 미성년자 유인까지 경합하면 형의 상한은 크게 올라갑니다.
따라서 실형을 피하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없었고, 쟁점은 형기였습니다. 그 형기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인데, 아청법 사건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이므로 본인의 의사만으로 되지 않고 법정대리인인 부모의 의사까지 함께 고려됩니다. 미성년 자녀가 피해를 입은 부모가 합의에 응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1심에서 합의가 무산된 이유이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항소심에는 1심에 없는 조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선고까지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그 기간 동안 무엇을 얼마나 쌓느냐에 따라 원심 파기의 근거가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법정구속일부터 항소심 선고에 이르기까지 약 9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에 이루어진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항소 직후 — 다투던 혐의를 인정하다
의뢰인은 원심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하였습니다. 변호인은 항소심의 방향을 잡으면서 이 부분부터 정리하였습니다. 의뢰인은 부인하였던 혐의까지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뜻을 법원에 전달하였습니다. 뒤늦은 자백이라도 양형에서 의미를 잃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태도를 고려하며, 끝까지 부인하는 경우와는 판단의 무게를 달리 봅니다. 무엇보다 이 정리가 있어야 피해자 측에 사과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수감 기간 중 — 재범위험성을 낮추고 확인받다
의뢰인은 구금 상태에서도 범죄심리상담센터의 전문 심리상담을 약 한 달간 받으며 왜곡된 성적 인식을 교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한국판 성폭력범죄자 재범위험성 평가에서 재범 우려가 매우 낮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동종 전과가 없다는 점, 사건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 유사한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근거였습니다. 반성이 말에 그치지 않고 검증된 자료로 남은 것입니다.
합의 교섭 중 — 공탁을 먼저 놓다
피해자 측의 용서는 곧바로 얻어지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은 형사공탁을 제안하였고 의뢰인은 피해자를 위하여 2,000만 원을 공탁하였습니다. 합의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피해 회복의 의지를 객관적 자료로 남기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뒤 피해자 본인과 법정대리인 모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의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1심에서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별도 사건의 다른 피해자도 자필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원심에서 이미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던 사람으로, 의뢰인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는 사정을 알고 다시 선처를 구한 것이었습니다.
9개월간 — 가족이 168회 접견하다
같은 기간 의뢰인의 부모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접견하였고, 그 횟수는 모두 168회에 이르렀습니다. 부친은 신장암으로 신장 절제 수술을 받고 투병하는 중에도 접견을 이어갔으며, 아들이 출소하면 함께 살면서 다시는 법을 어기지 않도록 훈육하겠다는 각오를 탄원서에 담았습니다. 모친 또한 출소 후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들과 함께 살아가겠다고 호소하였습니다. 가족의 보호 의지와 본인의 갱생 의지가 맞물릴 때 법원은 재범 가능성이 낮다고 볼 근거를 갖습니다.
Ⅳ. 결과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의뢰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원심에서 부과되었던 공개명령과 고지명령도 함께 면제되었습니다.
법원은 의뢰인에게 성범죄 전과가 없어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실형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만으로도 재범 방지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였습니다.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되고 법정구속까지 되었더라도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항소심에 주어지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안에 자백과 상담, 공탁과 합의, 가족의 탄원을 차례로 갖추려면 시작이 빨라야 합니다. 같은 실형이라도 6년과 3년은 전혀 다른 시간이므로, 1심 선고 직후에 곧바로 방향을 잡으시기 바랍니다.